병원에서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 들면 혈압 수치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란히 빨간 글씨로 표시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우연히 겹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두 개의 가지에 가깝다. 왜 이 둘은 늘 짝을 지어 찾아오는 걸까, 그리고 혈관이 굳어가는 동맥경화를 늦추려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는 결국 같은 생활습관에서 출발한다
1.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함께 오는 이유
혈압과 혈중 지질은 서로 다른 검사 항목이지만 몸속에서는 같은 배관, 즉 혈관을 공유한다. 혈중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혈관 안쪽 벽에 기름때 같은 플라크가 들러붙기 시작한다. 이 플라크가 두꺼워질수록 혈관의 내경은 좁아지고, 같은 양의 피를 내보내기 위해 심장은 더 강한 압력을 쓸 수밖에 없다. 결국 혈압이 오르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대 방향도 성립한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혈관 벽에 미세한 손상이 반복되고, 그 손상된 자리에 지질 성분이 더 쉽게 침착된다. 즉 고혈압은 고지혈증을 부르고, 고지혈증은 다시 고혈압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여기에 더해 두 질환은 공통의 생활습관적 원인을 나눠 갖는다. 내장지방이 많은 복부비만, 정제 탄수화물과 나트륨이 많은 식습관, 만성적인 운동 부족, 흡연과 과음, 만성 스트레스는 혈압과 지질 수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몸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트륨 재흡수가 늘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혈압이 오르는 동시에 중성지방 합성도 촉진된다. 그래서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 다수가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함께 진단받는다.
결국 두 질환을 따로 떼어놓고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하나의 혈관 건강 문제로 통합해서 접근해야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하며, 이는 곧 다음에 설명할 식단과 운동이라는 두 축으로 귀결된다.
2. 동맥경화를 막는 식단 전략
나트륨은 줄이고 칼륨은 늘리기
나트륨 섭취가 많으면 혈관 안에 수분이 과도하게 저류되어 혈압이 오른다. 국물류, 젓갈, 가공식품, 라면 등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을 줄이고 대신 바나나, 시금치, 감자, 아보카도처럼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늘리면 나트륨 배출이 촉진되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대신 불포화지방
붉은 육류의 비계, 버터, 튀김류에 많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높여 혈관 벽에 플라크가 쌓이는 속도를 앞당긴다. 반면 등푸른 생선, 올리브유, 견과류, 아보카도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은 오히려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을 지지해주는 효과가 있어 같은 지방이라도 종류를 구분해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용성 식이섬유와 항산화 식품
귀리, 보리, 콩류에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에서 콜레스테롤과 결합해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블루베리, 토마토, 마늘, 녹차처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곁들이면 혈관 벽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플라크 형성을 늦출 수 있다. 하루 채소 섭취를 다섯 접시 이상으로 늘리고,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참고: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 기준과 식이 가이드라인은 대한고혈압학회 및 질병관리청 자료를 참고했다.
나트륨은 줄이고 식이섬유와 불포화지방은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3. 동맥경화를 막는 운동 습관
유산소 운동으로 혈관 탄력 지키기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를 꾸준히 올려 혈관 내피세포에서 산화질소 분비를 촉진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켜 탄력을 유지시켜주는 물질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은 혈관이 더 유연하고 플라크가 덜 쌓이는 경향을 보인다. 주당 150분 이상, 하루 30분씩 5일 정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근력 운동으로 대사를 함께 개선
근력 운동은 단순히 근육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해 혈압과 지질 수치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스쿼트, 런지, 밴드 운동처럼 큰 근육군을 사용하는 동작을 주 2회 정도 병행하면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보완할 수 있다.
운동 강도와 지속성의 균형
처음부터 무리한 고강도 운동을 시작하면 오히려 혈압이 일시적으로 급등하거나 부상으로 이어져 꾸준함을 해칠 수 있다.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이고, 운동 전후 스트레칭으로 혈압 변화를 완만하게 만드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이미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운동 시작 전 담당의와 상담해 적정 강도를 정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결국 혈관이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이야기다. 식단에서 나트륨과 나쁜 지방을 줄이고, 운동으로 혈관의 탄력을 지켜주는 습관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동맥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충분히 끊어낼 수 있다.